"집회하는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집회 막을 목적으로 시청앞에 무더기 집회신고 냈다' 고 주장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06/12/16 [11:49]

"집회하는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집회 막을 목적으로 시청앞에 무더기 집회신고 냈다' 고 주장

이민선 기자 | 입력 : 2006/12/16 [11:49]
▲시청앞을 돌며 시위를 하고 있다.     © 이민선
 
“어르신 추운데 왜 나오셨어요?”
“애들은 다 일하러 갔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노인네가 나온 거여”

“올해 연세가 몇이세요?”

“칠 땡 이여, 칠학년 칠 반”




집회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 한분에게 말을 붙였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표정으로 대답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코빼기도 안보여, 시청 직원도 하나도 않나오고 버스회사 직원도 안보여”




할머니가  반가운 표정을 지은 것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할머니의 불만은  칠순 노인들이 추운날씨에 맨바닥에 앉아서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시위를 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취재를 위해 집회장소를 방문한 기자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와 대화를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집회를 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많은 노인들이었다.




12월15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9동 주민 약 50여명이 안양시청 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기적으로 보면 머리띠 두르고 시위를 벌이기보다는 한해를 정리하는 ‘송년회’ 모임을 가져야할 때다.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안양9동 보영운수 버스 차고지에 들어서는 ‘CNG 충전소’ 를 막아내기 위해서다.




지난 10월 1일에는 9동 주민 백 기숙(49)씨가 보영운수 측 사람들과 몸싸움 도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숨진 백씨는 지난 9월 26일 오전 10시께 보영운수 측이 아파트 단지 옆 차고지에 가스충전소 설치를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 2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주민들은 집회도중에 당한 사고인데, 보영운수나 안양시 그리고 사고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  사과 한마디   안하는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북과 꽹괴리를 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 이민선





보영운수 차고지 주변은 주택 밀집지역이다. 차고지 정문에서 8m 거리에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고, 차고지 뒤편에는 15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이 지역은 소음이나 교통 혼잡 문제로 그동안 주민들의 불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에 보영운수 차고지내 가스충전소 설치사업이 허가가 난 것이다.




허가를 내준 안양시는 지난 4월, 낮 시간을 이용해 20여명도 안 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개최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게 대다수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7월 28일 보영운수 가스충전소 설치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8월 3일 주민 532명의 이름으로 "주택 밀집 지역에 폭발위험이 큰 고압가스 충전소가 말이 되느냐"며 안양시에 ‘공사 중단 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안양시와 보영운수는 공사강행 의지를 밝혔고, 이후 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주민들은 보영운수 차고지 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9동 주민들은 지난 12월1일에도 시청에서 집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충전소 설치를 철회할 때 까지 시청에서 집회 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12월1일 이후 시청에서 집회를 하지 못하고 보영운수 차고지 앞에서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최춘자 대책위 위원장(45세, 여) 에게 들어봤다.




“ 누군가  미리 집회 신고를 해놓았어요. 그런데 집회하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지요. 수소문 해보니 ‘동심 회’ 라는 단체였어요. 이번 집회도 ‘동심회’ 총무라는 사람하고 타협해서 간신히 하는 겁니다.”

 

▲최춘자 대책위 위원장     © 이민선


최 위원장 주장에 따르면 동심회 라는 단체가 어떤? 이유에선가,  주민들이 집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집회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동심 회’ 총무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동심회’ 라는 단체가 안양시청에 장기간 집회신고를 낸 이유는 “쾌적한 환경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한 쓰레기 수집 캠페인을 벌이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모이지 않아서” 라고 대답했다. 한두 번  집회를 한 적도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 했느냐? 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안는다” 고 대답했다.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서 더 질문하려 했으나 ‘동심회’ 총무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집회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위원장 최춘자씨와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충전소가 설치되지 말아야 할 절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마을은 현재도 폭탄 몇 개를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보영운수차고지, 군부대 등. 그런데 차고지 안에 가스 충전소 까지 설치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다. 더 이상 혐오시설이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차고지와 충전소를 혐오시설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마을은 병목안 이다. 길이 비좁다는 말이다.  차고지에 드나드는 버스 때문에 지금도 교통지옥이다. 그리고 아침에는 매연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 놓는다. 예비군 훈련이라도 있는 날이면 학원차도 못 올라온다. 예비군들 실어 나르는 버스 수 십대가 마을 입구를 막아 버리기 때문에.  이런  곳에 굳이 충전소 설치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충전소 들어오면 노선과 관계없는 버스까지 이곳으로 충전하러 올 것이다.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장기간 집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안양시와 문제 해결을 위해 접촉 한 적은 있는가?




“대화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그런데 안양시는 무조건 보영운수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보영운수에서 자발적으로 공사를 포기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안양시는 이미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더 이상 관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영운수와도 접촉을 시도해 보았나?




“물론이다. 보영운수는 현재 주민들에게  2억원 정도의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공사를 중단하면 약 4억5천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요구 들어주면 공사 중단하겠다고 한다.




-님비(nimby) 라는 의혹도 있을법한 일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아파트값 올리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아니다. 현재 차고지 옆 H 아파트는 오를 만큼 올랐다. 집 한 채 달랑 있는 사람들이 더 오르면 무엇 하겠나? 세금만 더 내야 하는 상황만 발생한다. 우리 마을은 수리 산 끝자락  이라서 물 맑고 공기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사 온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갖가지 혐오 시설 때문에 그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그런 중에 폭발 위험까지 있는 충전소지 들어온다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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